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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리티를 가진 숨은 콘텐츠를 발굴하여 건축 관점의 큐레이션을 기획하는 여정을 기록한다.
지난해 2월, 겨울 추위를 뚫고 따끈한 라멘집이 신당동에 문을 열었다.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인상적인 라멘, 129라멘하우스 임동진 대표님을 만나 라멘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대표님께서 129라멘하우스를 열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재미있는 보양식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부담없이 평소에 즐길 수 있는 보양식을 생각하다 라멘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어요.
말씀하신 라멘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매력이에요. 라멘은 육수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매장에 육수를 내는 공간을 따로 마련해서 육수 최상의 조합을 찾는 연구를 오래 했어요.
커피 블렌딩하는 것처럼 육수도 블렌딩해서 사골과 등뼈, 반골을 섞어서 끓이고 있고요. 차슈도 2가지 간장을 블렌딩해서 생강과 마늘로 간을 했는데, 그 간이 육수에 살짝 묻으면서 육수와 면이 어우러졌을 때, 129라멘의 매력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깊고 진한 미소 특유의 맛을 즐길 수 있는 라멘.

어패류 계열의 감칠맛과 매장에서 직접 만든 향라유의 풍부하고 매콤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돈코츠 육수의 고소한 맛과 매콤한 맛이 부드럽게 어우러진다.
인공 캡사이신을 사용하지 않고 홍고추를 갈아 만든다.

허브와 와사비, 마요네즈 조합의 수제소스가 감칠맛을 더해준다.
129라멘하우스만의 맛을 내기 위해 굉장히 많은 시간을 투자하셨다고요.
돈코츠 베이스 라멘이기에, 돼지뼈 자체의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살리고 싶었습니다. 뼈의 부위마다 우러나오는 맛들이 다른데 이런 맛들을 이리저리 섞어보며 완성된 것이 지금의 129라멘 육수입니다. 이 육수 맛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모토타래(육수의 간을 하는 소스)나 토핑 역시 간소히 하고 있어요.
꾸준히 노력해서, 129라멘에서만 즐길 수 있는 맛으로 자리잡도록 맛의 정체성을 지켜나가고 싶습니다.
맛의 정체성을 유지하기까지 시행착오도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운영 초반엔 아무리 정밀한 기계로 시간과 무게를 재고, 농도를 측정해도 저희가 다루는 재료는 생물이기 때문에 그 들쑥날쑥함을 잠재우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 때 당시 맛에 대한 불확실성은 저에게 정말 큰 공포였습니다. 육수를 내려면 꼬박 하루가 걸리기 때문에 맛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해서 바로 끓여낼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사실 초반엔 육수 맛이 너무 실망스러워 영업 도중에 문을 닫았던 적도 몇 번 있었습니다.
여러 번의 테스트 끝에 현재는, 매운 맛을 살짝 추가했고 육수 역시 나름의 숙성 노하우를 터득해 맛의 편차를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129ramenhouse
라멘의 처음부터 끝까지 일일이 다 직접 만드시는군요.
네. 사실 제가 7년 전에 이 건물 2층에서 카페를 운영했었는데요. 커피를 만들 때도 같았어요. 만약 제가 원두 로스팅을 다른 업체에 맡겼다면, 제가 추구하는 맛을 세심하게 설명드려도 그 맛을 꾸준히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예요.
그래서 제가 원하는 라멘 맛을 내기 위해서 직접 육수를 끓이고, 재료를 손질하고 있어요.
129라멘하우스의 음식을 맛있게 먹는 방법이 있다면요?
라멘을 드실 때 권해드리는 순서가 있어요.
첫번째로, 다시마 육수가 아래쪽에 깔려있기 때문에 잘 저어서 드셔야 해요.
두번째, 면과 차슈를 드시고 밥을 꼭 말아드셨으면 해요. 육수가 밥에 스며들면 조금 더 고소한 맛을 내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육수도 더 많이 드리고, 밥도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요.
마지막 입가심으로, 계란을 드시면 돼요. 계란을 먼저 드시면 밥을 말았을 때 아무 맛이 안 나서, 마지막에 드시는 걸 권해드려요.


@129ramenhouse
라멘의 진솔한 맛처럼 저희도 129라멘하우스에 오면 편안한 느낌을 받아요.
손님들이 129라멘을 드셨을 때 “어렸을 적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진한 사골국물” 같은 익숙함과 따뜻함을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집밥같고 정감있는 음식이요.
뭐든 기본이 중요하다 생각해요. 기본을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 그 외에는 더 담백하고 간소하게 비우려고 노력 중입니다. 이쁘기만 한 공간보다는 따뜻함을 느끼는 공간, 과하고 불필요하게 꾸미지 않은 공간이 되기 위해 노력중이에요.
129라멘하우스, 이름 뜻도 굉장히 심플한데요.
대부분 듣고 허탈해하시지만, 129는 이 공간의 번지수입니다. 네이밍 과정에서 멋있고 의미있는 이름들이 많이 나왔지만 무엇을 하든 변함없는 뿌리이자 시작인 이 곳 다산로 129번지! 라는 의미에서 129라멘하우스라 이름짓게 되었습니다. 이름 역시 기본에 충실하죠.
기본을 중시하시는 대표님의 철학, 아이덴티티가 공간과 잘 맞는 것 같아요.
네, 감사합니다.

대표님의 이미지와 공간의 아이덴티티가 잘 어울린다.
카페 운영하실 때부터 신당동에 오래 계셨으니, 이 동네에 정도 많이 드셨을 것 같은데요?
그렇죠. 하루종일 재료와 씨름하다 보면, 세상과 동떨어진 듯한 기분을 느낄 때가 있는데요. 그 때마다 매장에서 나가 약수 사거리에 서서 사람들을 구경하곤 해요. 사거리의 분주함은 저에게 큰 에너지를 주거든요.
신당동의 이미지, 로컬리티에 많은 영향을 받으실 것 같아요.
신당동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지역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전통있는 약수시장부터 동네 곳곳 새로 지은 신축건물까지 묘하게 어울리는 곳이기도 하죠. 신, 구의 조화랄까요?
다양한 연령대와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바쁘게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모든 한분 한분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매장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지친 분들이라면 어떤 분이든 간에 한 그릇 하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맛, 건강, 서빙속도 등에 더 폭넓게 신경쓰고 있어요. 그리고 어르신 분들도 많이 오시기 때문에 키오스크를 쓰지 않고 친절하게 안내해드리려고 해요.
비록 라멘이지만.. 한분 한분의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소울푸드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129라멘하우스의 5년 후, 10년 후의 모습을 상상해보신다면?
세월이 지나 더욱 깊은 담백함이 우러나오는 숙성된 공간. 시간에 의해 무뎌지지 않고, 지금의 정교함이 지속적으로 살아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129라멘, 한 줄 자랑 부탁드립니다 🙂
면부터 육수까지 매장에서 직접 만들어, 오직 129라멘에서만 맛볼 수 있는 라멘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