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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리티를 가진 숨은 콘텐츠를 발굴하여 건축 관점의 큐레이션을 기획하는 여정을 기록한다.

신당동 주택가 사이, 달콤한 케이크와 향긋한 커피가 있는 ‘소행성’ 김주희 사장님을 만났다. 소행성에서만 느낄 수 있는 따뜻함은 지친 일상에서 큰 위로가 되어주곤 하는데, 사장님이 만드시는 디저트에서도 그 따뜻함을 찾아볼 수 있었다.

@juhee377(소행성377)

소행성377이 오픈한지 어느덧 2년이 지났어요. 소행성377을 오픈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2017년 봄에 처음 가오픈했죠. 여러가지 테스트해보고 개선할 점을 파악해서 2주 정도 문을 닫고 정식 오픈 준비를 했었어요. 5월에 정식으로 문을 열었으니, 이제 막 2년 됐네요! 베이커리에서 계속 일하다가 일본으로 유학을 갔어요. 일본 베이커리에서도 일하고, 한국 와서도 계속 일만 했죠. 그러다보니 제 개인 가게를 오픈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첫 가게, 신당동에서 자리잡은 이유가 있으신가요?

버스타고 동대문 지나갈 때, 항상 약수역을 지나서 갔거든요. 뻥 뚫린 약수사거리를 보면서 깨끗하고 괜찮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가게 자리를 알아볼 때 신당동이 생각났죠. 집에서 가깝기도 하고요. 지금은 제 마음속의 두번째 고향, 집처럼 느껴져요.

@juhee377(소행성377)

소행성377의 공간은 소행성만의 감성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나무 소재를 사용하고, 벽은 하얗고.. 제가 갖고 있는 소품들이랑 어울릴 만한 것들을 잘 배치할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랬어요.

그래서인지 작은 소품에서부터 가구, 공간까지 분위기가 잘 맞는 것 같아요. 소품은 직접 일일이 고르신다고요?

여행갈 때마다 소품을 하나씩 사와요. 새로 들여온 화분들도 이번에 오사카 가서 사온 거예요. 예전에 일본에 살았을 때 샀던 것들도 있고요.

소행성을 운영하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다면요?

손님들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안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손님들이 소행성을 믿고 돈을 지불하시는 거잖아요. 지불한 만큼의 가치를 드리고 싶어요.

운영하시면서 어려운 점도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사실 오픈 첫 날에는 어떤 시간에 어떤 손님들이 방문해주실지 전혀 몰라서요. 케이크를 아침부터 열심히준비하다보니 오후2시에 오픈하게 된 거예요.(웃음) 주변에 이렇게 직장인 분들이 많은 줄 몰랐는데, 굉장히 많으셔서 놀랐어요.

그리고 모든 디저트를 혼자 만들다보니 어려운 점이 있죠. 그래서 처음엔 롤케잌도 3종류, 슈도 3종류씩 했는데, 지금은 종류도 줄이고 소량만 만들고 있어요. 특히 케이크는 전날부터 준비해야 그 다음날 완성되는 거라, 시트 만드는 밑 준비를 손님들 다 가시고 한가해지는 시간에 만들고 있어요.

지금은 어떤 분들이 어느 시간대에 오시는지에 맞춰서 베이킹과 오픈 일정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저 혼자 운영해도 충분한 것 같아요.

@juhee377(소행성377)

어떤 디저트를 추구하세요?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보여드리려고 해요. 저 혼자 하다보니 너무 복잡하지 않고, 제가 좋아하는 걸 만들어서 보여드리고 있죠. 사실 “마음 먹고 메뉴를 개발해보자!” 해서 실제 상품으로 나온 건 하나도 없어요. 맛있는 걸 만들어야겠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제 기대만큼의 맛이 안 나오더라고요. 신기하죠. 판매를 해보려고 주말에 시도해봤는데, 제 마음이 불안하더라고요. “진짜 맛이 있을까?”하는 어떤 불안함, 걱정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하려고 해요. 제가 즐겁고 가볍게 만들어야 손님 분들도 즐겨주시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걸 해야 꾸준히 오래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사장님께서 추천하는 메뉴가 있다면?

커스터드 슈. 매일매일 메뉴가 조금씩 바뀌어서 슈는 매일 나오진 않지만, 저도 그렇고 손님들도 제일 찾으시는 메뉴이기도 해요.

@juhee377(소행성377)

주로 어떤 손님들이 방문하시나요?

직장인 분들과 근처에 거주하시는 분들이 많이 오세요. 감사하게도 오셨던 손님들이 지속적으로 찾아주세요. 그래서 저도 손님들께 조금씩 다른 기분을 내드리고 싶어서 디저트도 매일 조금씩 다른 메뉴를 내놓죠. 오늘은 이렇게 해보고, 내일은 조금 다르게도 해보고요. 소품도 한 두개씩 조금 다르게 놓기도 하고요. 손님들께 작은 휴식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곳에 오는 손님들이 어떤 경험이나 느낌을 받아가길 원하시나요?

지나가다가 차 한잔과 케잌 한 조각 먹으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시길 바라요. 여행 가면, 걷다가 카페에 앉아서 여유로이 차 한 잔 하는 것처럼요. 혼자만의 시간을 원하시는 분이라면 오셔서 혼자 앉아있기에 좋으실 거예요. 일상 속 작은 휴식처럼요.

기억에 남는 단골손님과의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제일 먼저 첫 손님이 들어오시던 순간이 떠오르네요.

처음 오픈한 지 6개월쯤 됐을 때, 주변에 사시는 일본 분이 블로그에 저희 가게 소개글을 올려주신 거예요. 그래서 그 블로그를 보고, 꾸준히 방문해주시는 일본 분이 계세요. 가끔 한국에 일주일 정도 머물다 가는데, 한국에 올 때마다 항상 오시거든요. 오셔서 같이 식사하고, 얘기도 하고요. 혼자 앉아서 한국어 공부를 하다가 가시는데, 저희 가게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어느덧 1년 반 넘게 연락하고 지내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

@juhee377(소행성377)

소행성377의 5년 후, 10년 후의 모습을 상상해보신다면요?

아직 운영한 지 2년정도여서, 5년 후엔 소행성을 계속 유지할 것 같고요. 조금 더 지나서는, 강원도에 내려가서 밭 옆에 집을 짓고 게스트하우스 겸 요리공간을 운영하고 싶어요. 고향이 강원도거든요. 영화 ‘리틀 포레스트’나 ‘해피해피 브레드’를 보시면, 빵 만들면서 공간을 쉐어하는 게스트하우스가 나오는데요. 제가 음식 만드는 걸 좋아해서 기회가 된다면, 직접 기른 식재료로 만들어서 음식도 대접하는 공간을 운영해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어요.

소행성377, 한 줄 자랑 부탁드립니다 🙂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