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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리티를 가진 숨은 콘텐츠를 발굴하여 건축 관점의 큐레이션을 기획하는 여정을 기록한다.
지난 봄, 약수역 골목에 자리잡은 야마키치. 궁금증을 자아내는 외관부터 정성스럽고 든든한 음식까지, 진정성 있는 사장님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천천히 그리고 단단하게, 차근차근 발전해나가는 야마키치를 기대해본다.

야마키치를 소개해주세요!
평소 만들어 먹는걸 좋아해 직업이 된 남자와 식물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만나 꾸려낸 공간입니다. 편안하게 일본 가정식을 즐기실 수 있는 곳이에요.
일본 가정식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여러 군데에서 일을 했었어요. 닭꼬치집, 오코노미야키 철판집, 경리단에서도 일해봤고요. 저는 요리를 늦게 시작한 편인데요. 워낙 요리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특히 일본 음식을 좋아해서 집에서 요리를 많이 해먹었어요.
그러다보니 가정식처럼 편하게 드실 수 있는 요리를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고정된 메뉴로 할 생각은 없어서, 이것저것 저희가 하고 싶은 요리를 한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거창한 음식보단 엄마가 해주신 요리처럼 오늘 먹고 싶은 음식을 그 때 그 때 만들어 먹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어요.
그런 부분이 메뉴 개발하실 때도 반영될 것 같아요.
“일본에는 있는데, 한국에 없는 메뉴가 뭐가 있을까?”하고 항상 찾아보죠.
레시피는 늘 같이 상의하고 결정하는데 지금 저희 대표메뉴인 ‘돈테키’는 정말, 저희 스타일이었어요. 관심이 생겨서 찾아보니 한국에도 돈테키를 하고 있는 곳이 별로 없어서,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엔 심야식당처럼 손님이 오셔서 “오늘 메뉴 뭐 되나요?”하고 물으시면 재료 확인해보고 만들어드리는 건 어떨까? 했어요. 그런데 해보니까 그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재료가 남으면 다 버려야하기도 하고, 조절이 어려웠어요. 그래서 지금은 메인 메뉴를 정하고, 오늘의 메뉴를 바꿔가면서 넣고 있어요. 가지덮밥 같은 경우도 오늘의 메뉴로 올렸는데 인기가 많아서 정식메뉴가 됐거든요.
정말로 집에서 해먹는다 생각해서 나온 메뉴도 몇 가지 있고, 지금도 계속 알아보고 꾸준히 메뉴를 개발하고 있어요. 사실 일본음식을 한국에서 하는 거다 보니, 재료의 차이는 분명히 있어요. 그 부분에서는 좀 더 믿음을 드릴 수 있도록 저희가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느리지만 조금씩 조금씩 더 잘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yama__kichi

@yama__kichi

@yama__kichi
느리지만 조금씩 조금씩, 좋은 말이네요. 야마키치의 첫 번째 시리즈, 돼지고기 메뉴에서도 그런 점이 잘 드러나는 것 같아요. 두 번째 시리즈를 살짝 얘기해주실 수 있나요?
제 스스로 발전을 위해서도 시리즈를 선보이는 게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 다음 시리즈는 ‘닭고기’가 될 것 같아요. 기대해주세요!
봄에 오픈하셨는데 벌써 여름이 다가오고 있어요. 첫 계절을 보내면서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아요.
지금 3개월 조금 지났는데요. 사실, 처음에 가게를 오픈하면서 저희는 홍보를 할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어요. 요즘엔 SNS마케팅이 워낙 많아졌지만, 그런 부분에서 단점을 많이 겪어봐서 오히려 닫혀있게 영업을 하자고 했죠. 지금도 홍보를 안하려고 해요.
지나가는 사람들이 순수하게 이 공간이 궁금해서 들어오고, 음식을 맛 보고 맘에 들면 또 오시겠지 하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게 확실한 저희의 실력을 알 수 있는 지표가 되잖아요.
이제 한 계절을 보냈지만, 저희의 이런 생각이 조금씩 통하는 것 같아요. 주변 직장인 분들이나 거주민 분들이 입소문 내주시기도 하고요. 저희의 진정성을 알아주시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정직한 재료를 사용하시는 것에서도 야마키치의 진정성이 느껴져요.
정직한 재료, 정직한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돼지고기 같은 경우에도, 항생제를 쓰지 않은 국내산 돼지고기만 사용하고 중량도 180g으로 정했지만 좀 더 나가고 있고요. 고기도 제가 다 직접 손질해보고, 무조건 냉장으로만 사용해요. 그러다 보니 어쩔 땐 해당 부위가 아예 공급이 안 될 때가 있는데, 그 때마다 손님들께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양해를 구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곳에 자리 잡고, 공사 기간이 길지 않았다고 들었어요.
개인적으로 경리단길에 있을 때부터 약수를 생각했어요. 이태원에 있는 사람들이 경리단으로 나오고 하는 모습들이 반복될 것 같고, 중심가는 금방 질려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침, 주변 지인들도 약수를 추천해줬어요. 근처에 구경왔다가 자리가 나와있어서 바로 결정해서 준비를 시작했어요. 계약 후 공사는 2주 정도에 끝내버렸어요.
간판이 없고, 오닝으로 된 외부 인테리어가 굉장히 신선한데, 어떻게 아이디어가 떠오르셨나요?
일본에서 일할 때도 몇 번 이 방법을 썼어요. 제가 원래 임의로 잡은 하얀 벽을 자나 파란 노렌(暖簾)이 걸려있는 이미지를 더 쉽게 표현할 수 있는 게 없을까 했을 때, 이 방법이 생각났어요. 저는 항상 평범하지만 흔하지 않는 디자인을 하고 싶어요. 마침 전면 유리로 되어 있기 때문에, 밥 먹을 때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지면 아무래도 부담스럽더라고요. 이 공간에 들어오면 음식에 편하게 집중할 수 있게끔 했어요.
오닝으로 앞을 막아두기도 했고 지금도 이 골목엔 매장이 많지 않으니까 ‘저기 왜 아직 공사중이야?’하고 가시는 분들도 있거든요. 정말 아는 사람만 올 수 있는 공간이랄까요? 손님들이 들어와보고 싶다는 궁금증이 들게 하고 싶었어요.

천막을 지나, 매장 안에 들어오면 차분하고 편안해져요.
밥집이라 편한 느낌을 주려고 했어요. 식물도 많이 배치했고, 나무와 무게감 있는 톤을 사용해서 안정감을 주려고 했죠. 큰 테이블은 가게의 메인이 되는 디자인으로 가져오고 싶어서 심플하면서 임팩트있게 배치했어요.
작은 간판에 있는 로고도 직접 그리셨다고 들었어요.
네, 직접 만들었죠. 한자로 써보니까 뫼산, 길할 길이어서 뜻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서 야마키치로 짓게 되었죠. 사실, 이름이 크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냥 약수천막집이라고 불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야마키치에 어떤 분들이 오시면 좋아할 것 같으세요?
저처럼 육류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언제나 환영입니다!
우선, 점심에 든든하게 드시고 싶을 때 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희가 정말 좋은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하루를 든든하게 보내실 수 있을 거예요.
저녁에는 혼자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공간이에요. 해가 떨어지면 조명이 더 빛을 발해서 가끔 저녁엔 천을 걷기도 하거든요. 그 땐 조명이 예뻐서 분위기도 더 좋아지고요.
정말 ‘혼술’하기 좋은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혼자 오시는 단골손님도 많으세요. 저희랑 편하게 얘기하면서 드시기도 해요.
술에 대해서 한국과 일본의 다른 점을 느낀 적이 있었거든요. 한국은 밥먹자, 술먹자가 나눠지는데 일본은 친구끼리 밥먹자, 하면 밥 먹으면서 술을 같이 먹거든요. 그런 것처럼 친구와, 연인과 함께 일상 속에서 가볍고 편안하게 드실 수 있는 공간인 것 같아요.

단골손님도 많으신데요.
너무 감사하게도 일주일에 4일 내내 찾아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한 번 오시면 다음에 꼭 다시 방문해주시더라고요.
점심시간에 엄청 바빴던 적이 있었는데요. 그 때, 한 손님의 음식이 너무 늦게 나가게 됐었어요. 게다가 주문하신 요리 재료가 떨어진 걸 늦게 알게 되었어요. 결국 다른 메뉴를 드리게 됐는데, 그 분께서 그 날 밤에 아내 분과 또 오셨더라고요. 그 메뉴가 너무 맛있어서 아내 분을 데려오셨다면서 같은 메뉴를 시키셨어요. 그 때가 정말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초반에 운영할 때 음식이 조금 밀렸던 상황이 있었는데, 간삼건축 직원 분께서 “천천히 주셔도 되니까, 괜찮습니다.”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기다리느라 힘드셨을텐데 계산하시면서 “충분히 이 음식으로 보답이 됐어요”라고 말씀해주셔서 감동적이었어요.
손님들과의 에피소드들이 저희에게 큰 힘이 돼요. 그런 마음에서 반짝 있다가 사라지는 가게가 아니라, 여기서 계속 손님들과 소통하면서 좋은 음식 내고 좋은 추억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야마키치, 한 줄 자랑 부탁드립니다 🙂
“이웃 같은 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