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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 판치야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이 있다. 양식 장르를 구현하기 위해 정성을 기울이는 판치야 대표님의 인터뷰를 담았다.

@panchi_ya

판치야를 열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희 부부가 아이들도 크고 잠시 쉬게 되어서, 앞으로 무얼 할까 고민했어요. 그러다 저희 둘째아이가 “엄마, 하루종일 부엌에 있는데 음식을 만들어보는 건 어때?”라고 말해주더라고요.

그래서 그 때부터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에 음식도 만들어보고, 제가 하고 싶은 가게를 스케치해보기도 했어요. 집과 가까웠으면 좋겠고, 저희가 관리할 수 있는 규모의 매장에서 시작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우연히 이전 매장에 자리잡게 됐었죠.

가게를 낸다는 것이 큰 결정이셨을 것 같아요.

의외로 결정하는 데 크게 고민하지 않았어요. 요리를 하면서 몸도 마음도 즐거웠거든요. 남편 같은 경우엔, 오랜 기간 직장에 다니면서 받았던 스트레스도 없어지고, 고질적으로 아픈 곳들도 사라지고요. 저희 삶에 즐거움을 더하는 결정이었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가게를 열었어요.

판치야 이전매장의 초기 스케치.
@panchi_ya
이전한 매장의 모습.
@panchi_ya

  

판치야. 이름이 특이해서 기억에 오래 남아요. 이름의 뜻과 짓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희 강아지 이름이 ‘판치’예요. “판치야~”하고 부르는 뜻도 있고, “판치네 가게”라는 뜻도 있어요. ‘야’가 일본어로 하면 ‘판치네 가게, 판치네 밥집’이라는 뜻도 있거든요.

최근 매장을 이전하셨는데, 이전하기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매장 규모가 넓어지다보니, 기존의 단골손님들께서 부모님이나 연인과 함께 방문해주시더라고요. 역 가까이에 위치해서 다양한 손님들도 곳곳에서 찾아와주세요. 그리고 메뉴도 이전에 비해 많아져서 스킬이 많이 늘었어요.

  

판치..♡
@panchi_ya

  

판치야가 추구하는 지향점이 궁금해요.

음식의 다양성을 넓혀드리고 싶어요. 우리에게 익숙한 맵고 짠 음식만 있는 게 아니라, 그런 맛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맛있고 즐거운 식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먹고 나서도 속이 편하고 개운해서 계속 생각나는 음식을 하고 싶다고 늘 생각해요.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드는 데 혼신을 다해보자는 생각으로, 우리나라 식문화의 다양성을 넓히는 데 기여하고 싶어요.

메뉴를 개발하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제일 중요한 건 한 그릇을 끝까지 시식해요. 끝까지 먹고 나야 맛있는 음식이 있거든요. 특히 저희 메뉴 중에 로스트비프동이 그렇죠. 정말 맛을 느끼지 못할 때까지 시식을 계속 해봐요. 테스트할 때 저희 마음에 들지 않거나 자신이 없으면 팔지 않아요. 그래서 시식이 굉장히 중요해요.

판치야의 음식을 맛있게 먹는 방법을 소개해주세요!

맛의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혼자 즐기시는 거예요. 돈까스를 제외한 밥 종류는 쉐어하는 것보다 한 그릇을 내가 온전히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드시는 게 제일 맛있게 드실 수 있는 방법이에요.

  

로스트비프동 오일소스
@panchi_ya
로스트비프동 간장마요.
@panchi_ya

  

판치야의 넘버원 대표메뉴는 ‘로스트비프동’이라 생각해요. 판치야에서만 먹을 수 있는 맛이랄까요.

로스트비프동은 우선, 우리나라엔 흔하지 않은 음식이라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렇지만 저희가 로스트비프동의  소스를 만들어내면서 굉장히 기뻤어요. 밥과 고기, 야채가 모두 풍성하게 들어있어서 맛의 밸런스가 잘 맞았고, 개인적으로 너무 맛있고 참신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손님 분들도 기대 이상으로 많이 좋아해주셨어요. 손님들이 로스트비프동을 대표메뉴로 만들어주신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판치야의 메뉴는 정성을 많이 들인 음식이라는 느낌이 있어요. 개인적으로 함박스튜를 정말 좋아하는데, 계속 생각이 나요.

그런 말씀 해주시는 게 제일 기뻐요. 감사해요. 🙂

사실, 양식의 기본이 되는 데미그라스 소스를 만드는 날에도 새벽에 몇 번을 나와요. 밤새 끓여야하니까 집에 있다가도 불조절하러 매장에 나오죠. 손님 분들이 그런 말씀 해주시면, 저희가 아무리 힘들어도 또 만들게 돼요.(웃음)

사장님께서 추천하시는 메뉴는?

“스튜”. 저희가 맛있게 잘한다고 생각해요. 익숙하지 않은 음식이라 손님들이 잘 모르시지만, 일본 양식의 정점이라 할 수 있어요. 오픈할 때부터 지금까지 만들고 있는 데미그라스 소스는 맛의 중심이 굳건히 잡혀있는 상태이기도 하고요. 깊고 풍부한 맛이라 드셔보시면 좋아하실 거예요.

  

비프스튜.
@panchi_ya
폭찹.
@panchi_ya

  

이곳에 오는 손님들이 어떤 경험이나 느낌을 받아가길 원하시나요?

한 끼를 드시고,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는 것. 그게 저희한테 가장 큰 보람이에요. 음식을 먹을 때, 단순히 음식의 맛을 기억하기보다 그 음식을 먹으며 들리는 음악과 공간들이 함께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거잖아요. 판치야에서 보낸 시간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단골손님과의 에피소드도 많으실 것 같아요.

네, 손님 분들과 유대관계가 돈독한 편이에요. 처음에 시작할 때도 인스타그램 해시태그가 어떤 건지도 몰랐는데, 위치추가도 해주시고 많이 도와주셨죠.

또, 이전하기 전엔 메뉴가 매일 바뀌었으니까 손님들이 원하시는 메뉴를 만들어드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어떤 분은 퇴사하는 날 드시고 싶은 음식을 만들어드리기도 하고요. 간삼건축 부사장님이 저희 음식을 좋아해주셨는데요. 어느 날 “맛있는 리조또가 먹고 싶다”고 하셔서, 그 날 메뉴 이름도 “맛있는 리조또”라고 했었어요. 손님들과의 커뮤니케이션하는 게 굉장히 즐겁고 행복했어요.

저희 매장 이전할 때도 찾아와주셔서 선물과 편지를 전해주시고, 울기도 하시고요. 그런 모습들을 보면 저희가 노력했던 시간들이 통했구나, 하는 생각에 너무 고마웠어요.

이번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예전 매장에 있을 때 경험부터 쭉 정리를 해봤는데, 울컥하더라고요. 손님분들께서 너무 많은 사랑을 보내주신 것 같고, 지금도 꾸준히 찾아와주시고 아껴주시는 모습에 너무 감사해요.

향후 생각하시는 판치야의 모습이 있으시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양식(洋食)” 하면, 판치야. 라는 게 각인됐으면 하는 바램이에요.  

‘양식’은 일식의 한 장르인데요. 서양 요리를 말하는 게 아니라, 서양 음식이 일본에서 현지화된 것을 의미해요. 대표적으로 돈가츠, 카레라이스, 함박스테이크, 오무라이스 같은 음식들이 그러하죠. 양식 장르의 핵심은 데미그라스 소스예요. 저희가 표방하는 양식은 정통 폰드보 방식으로 데미그라스를 만들어서 가츠류, 카레, 스튜, 함바그 등을 모두 준비하는 거예요.

아직 많은 분들이 잘 모르시지만, 양식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생겨나면 아마 양식의 맛을 알아주시는 손님들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요?

판치야, 한 줄 자랑 부탁드립니다 🙂

“전력투구”, “손님들한테 사랑받는 판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