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삼기획은 건축공간을 개개인의 다양성을 발현할 수 있는 가치확산플랫폼으로 해석하고 변화하는 사회, 문화적 가치에 지속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건축 공간의 경쟁력을 만듭니다. 새롭고 감각있는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하고 공유하기 위해 팝업 스토어 운영 뿐만 아니라 새로운 콘텐츠의 개발, 공간에의 적용 방법을 모색합니다.

부산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작품 설치를 위해 기꺼이 먼 길을 달려와 주신 박니나 작가를 만났습니다. 밝고 다채로우면서도 조화로운 색감의 작품들처럼, 통통 튀면서도 온화하고 단단한 박니나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The New Normal> 전시를 위해 작업한 <건강은 포기할 수 없지>
공간 표현이 두드러진다.

한국, 영국 다시 한국으로 거처를 옮기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일러스트레이터로서 거처에 따라 작품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있나요? 영국과 한국에서 각광받는 일러스트 작가의 역할에 대한 차이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저의 경우 거처에 따라 달라지는 점은 주제도 주제지만 주제를 표현하는 ‘재료’입니다. 원래 큰 캔버스에 페인팅 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부피가 크다보니까 보관과 한국에 가지고 들어올 때 고생을 좀 했어요. 그래서 다시 영국에 갔을 때는 보관이 편하
도록 작은 종이에 디테일을 잔뜩 추가한 그림을 주로 그렸었죠.
일러스트레이션이라고 하면 그림만 생각을 하는데 거기서는 평면 작업뿐만아니라 설치, 레디메이드 제품 등 어떤 것이든 일러스트레이션이 될 수 있었어요. 예를 들어서 첫 장기 프로젝트 크리틱 날 한 친구가 편지 봉투 하나를 들고와서 열심히 설명하고 A를 받은걸 보고 충격받았었거든요. 그 친구 뿐만 아니라 반 아이들이 퍼포먼스, 영상, 설치 등 다양한 형태의 파이널을 들고 왔어죠. 그래서 일러스트레이터라고 하면 그림 그리는 사람이라기보다는 비쥬얼 아티스트에 가까웠어요. 또한 일러스트를 소비하는 연령과 선호하는 스타일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어서 다양한 작업을 보는 재미가 쏠쏠해요.
한국은 아무래도 일러스트레이션이 그림과 동의어가 되기도 해서 일러스트레이션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 한정되어 있는 것 같아요.

<Urban Life> 의 <Life is…?>
작은 종이에 디테일 작업이 특징적이다.
카페 몽꺄도에서 원화로 전시 중이다.

작가님 작품 스타일의 변화가 눈에 띄었습니다.어른 같다가 아이 같았다가, 냉소적이었다가 희망찼다가 하는 것 같아 다채롭다고 느꼈습니다. 각 시기에 전환점이 있었을까요?

저는 주변 환경의 변화에 굉장히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사람이어서 각 시기마다 했던 고민과 관심사가 뚜렷하게 달랐고 당시에 관심 가졌던 주제들을 정리해서 작품에 담아내는 편이예요. 사실 즉흥적으로 ‘이걸 그리고 싶어’하고 그리기 보다는 시리즈로 주제를 정하고 하고 싶은 말을 정한 후, 그 주제 안에서 여러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하는걸 선호해요.
아무래도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부분은 나이예요. 나이는 개인을 자유롭게 하기도 그리고 옥죄이기도 하니까요. 오히려 나이에 자유로울 수 있었던 때에는 숫자에 갇혀있었고 숫자에 자유로워진 후에는 체력의 변화가 느껴져서 슬퍼졌어요.
숫자가 무서웠을 때는 아무래도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싱글라이프에 관심을 가졌구요 몸의 변화가 느껴졌을 때는 청춘이란 어떤 것일까 생각했었어요.
각 시기마다 관심을 가지고 그림으로 표현한 주제는 다르더라도 기본적으로는 외로움과 냉소를 담고있어요. 저는 삶은 선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의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삶을 즐긴다보다는 삶에 책임감을 가진다 쪽이 제게는 더 가까운 것 같아요. 그래서 자세히 살펴보면 제 그림 속 인물들은 아무도 웃고 있지 않아요.

<Urban Life> 시리즈 중 <I hope you have a nice day>
무표정한 인물들이 눈길을 끈다.

최근의 작업들에서는 그릇이나, 패브릭, 인테리어 요소의 패턴들이 특징적인 듯 합니다. 굉장히 디테일하면서도 경쾌한 느낌을 받아요. 영감을 받으시는 매체가 무엇인가요?

최근 작업들에서는 공간의 느낌을 많이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소품들에 디테일을 넣음으로써 힘을 실어주고 싶었어요. 현대 사회 특징을 유머러스하게 꼬집는 조안 코넬라와 데이비드 쉬링글리의 블랙유머를 좋아해요. 블랙유머를 좋아해요. 그건 정말 사회에 대한 통찰력과 이해가 높아야 하는데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하거든요. 미술 작품보다는 오히려 리빙 제품들에 영감을 많이 받아요.

특별히 영감을 받는 공간이 있을까요?

영감을 받는 공간이라고한다면 리빙 제품도 함께 팔고 있는 브랜드예요. 예를 들면 아르켓, 자라, 리버티 백화점 등이요. 저는 여러가지 재료와 다양한 형태로 작업하는 것을 좋아해서 ‘작업의 일관성’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거든요. 다른 형태로 작업을 해도 내가 묻어나길 원했어요. 그래서 이런 곳에 방문하면 어떻게 전혀 다른 카테고리들을 하나의 아이덴티티가 느껴지게 묶었나를 고민하며 보는편이예요.

공간에 일러스트레이터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이너, 크리에이터가 협업해서 만들어진 공간을 인상깊게 경험한 적이 있으시다면 들려주세요.

Lazy Oaf 브랜드 경험입니다. 패션 브랜드인데 키치한 스타일의 독특한 디자인의 옷들을 팔고있어요. 옷 하나에 유머러스한 스토리가 담겨있고, 옷을 디자인 할 때 일러스트레이션을 많이 사용합니다. 인테리어 뿐만 아니라 아이템 하나하나 레이지오프의 느낌이 물씬 납니다. 실제 오프라인 매장은 하나밖에 없지만 온라인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잘해서 많은 팬층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많은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이나 아티스트 후원 혹은 일러스트 공모 등을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며 작가님이 다양한 것을 시도하는 것에 굉장히 열려 있다는 것이 인상깊었습니다.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요” 라고 말씀 하셨는데, 그 하고 싶은 것들 몇 가지만 알려주세요.

저는 관심을 가지고 주로 하는 재료가 매년마다 바꼈었는데 올해 목표는 리소그라피 아트진을 만드는 것과 그래픽 노블을 만드는 거예요. 학교에서 정말 다양한 방법의 워크숍을 했었는데 리소, 라이노, 판화 등등 이 중 리소가 가장 재미있었거든요.
그래픽 노블같은 경우에는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 보다는 조금 더 긴 호흡과 연결된 내용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작가로서 지향하시는 바를 말씀해주세요. 박니나 작가님의 NEXT STEP이 궁금합니다.

저는 그림그리는 것 자체 보다는 내 생각을 그림에 담아 전달하는 것을 좋아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시선을 항상 염두해두고 있어서 작품에 담아내는데 온전히 솔직하지 못했어요. 진부한 얘기지만 작품속에서 드러나는 나에 대한 타인의 판단을 두려워하지 않고 솔직하게 담아내는 것입니다.

PARK NINA

박니나 작가는 부산에서 태어나고 영국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습니다.

다양성을 사랑하며 각자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연결되어 있는 개인의 일상을 포착하여 그림에 담아냅니다. 가장 큰 관심사는 언제나 사람입니다.